2016/11/07

003. [DIY] 벽에 선반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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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3주일 동안 봤다.
이유는 벽에 선반을 달고 싶어서다.
구조상 유리창엔 선반을 달 수 없고…
문이 열리는 쪽 벽면은 선반이 어울리지 않는다.
문을 여닫는 공간은 확보해야 하기에 방 꼴이 안 나온다.
선반을 달만한 벽면이 하나 남았지만…
문제는…
이 벽이 석고보드다. 최악이군...

예전 직장당길 때, 
되도 않는 일을 누군가가 시키면…

"그럼 당신이 해보든가…"
"그런건 제가 독립하면 할께요…"

쏘아 붙이거나… 이렇게 건방을 떨었다.

요즘 나의 좌우명은… 바뀌었다.

"하고자 하면 방법을 찾고…
하기 싫다면 핑계를 찾는다…"
이다.

나는 어쨌든 벽면에 선반을 치고 싶고…
선반을 칠 수 밖에 없는 공간은…
석고보드라 불가능했다.
해결책을 찾느라 3주일 동안 벽만 봤고
어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방법

벽에 작은 구멍을 내보니…
벽지에서 시멘트벽까지 깊이는 대략 40mm…
계획을 짰다.
뭐, 단순하다.
  • 석고보드를 도려내고…
  • 그 공간에 단단한 나무(구조목)를 시멘트벽에 고정한 후…
  • 고정한 나무(구조목)위에 선반 브라켓을 설치하고…
  • 그 브라켓 위에 3m 나무를 3장을 3단으로 올린다.

시멘트벽에 고정할 나무(구조목)는 몇개로 할까?

벽면의 길이가 3.5m이고…
벽 끝에 작은 붙박이장이 있으니…
선반의 길이는 3m가 알맞겠다.

선반 브라켓의 간격은 1m가 좋겠다.
800mm로 좁게하고 싶지만
벽에 구멍내기가 어려워
현실과 스스로가 타협했다.

물론 길이 3m 선반에 브라켓 간격을 1m로 하자면…
총 4군데에 각목을 박아야 하는데…
벽에 브라켓 지지대 각목을 4개나 친다는게 많이 부담스럽다.

간격은 1m로 하되…
양쪽 끝을 50cm 돌출형으로 하면…
3개로도 가능하다.
부담을 줄여야 한다.

결론 : 그래! 각목은 3개만 박자.

구조목의 길이는 얼마가 좋을까?

선반은 총 3단으로 할꺼다.
A4용지가 세로로 올라가게 할꺼다.
A4지 세로 길이는 297mm이고…
3단이면 일단 600mm가 필요하다.

선반 브라켓의 세로 길이가 보통 200mm이니까…
최소 800mm의 공간이 확보 되어야 한다.
선반 최상단에 걸리는 하중은 벽면 방향이 아니기에…
방 안쪽으로 튀어나오려는 하중을 막으려면
100mm를 높여 시멘트 벽에 고정해야 한다.

그래! 길이가 정해졌다.**

결론 : 900mm**

구조목의 가로세로 크기

길이 900mm는 정해졌다.
이제 구조목의 가로*세로 길이를 정해야 한다.

석고보드를 파내면
석고보드를 지탱했던 힘의 균형이 깨지므로…
힘의 균형을 잡는데 노력해야 한다.

파낸 폭보다 조금 넓은 나무를 석고 보드 사이로 낑겨 넣고…
파낸 석고보드 양쪽에 못질을 하면 
석고보드 하중이 원상태된다.

그런데 이렇게 안된다.

나무가 들어갈 정도로 파려면 아무리 각을 조절한다 해도 넓게 파야 한다.
마누라에게 안 걸리려면 면적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건 아닌데..."

선반 브라켓 넓이로만 파자…

그런데 얘도 안된다.

선반 브라켓 넓이가 20mm 정도라서…
드릴 헤드가 들어갈 공간이 없다.
드릴 헤드 크기는 30mm가 조금 넘는다.

결론 : 그래... 38mm 각목을 쓰자.

어떤 나무로 할까?

선반에 올라가 뛰고 놀게 아니고…
책만 가만히 올라가는 구조물이라서…
아주 튼튼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선반이 무너지면 안되니…
SPF 구조목 강도가 적당하다.

필요한 각목은 3.6m x 38 x 38크기다.
이 정도 구조목 가격은  3,100원 밖에 안되서…
가격이 매우 착하다.

**결론 : SPF 구조목**
SPF 구조재는 어제 아침에 대신특수목재에서 사왔다. 오히려 차비와 왕복 톨비가 더 나왔다.

구조목 재단하고 시멘트벽 고정용 구멍뚫기

브라켓 사이사이로 총 6개의 시멘트벽 고정용 구멍을 뚫었다.
내가 가진 칼블록이 50mm짜리라서…
15mm 정도 구조목에 홈을 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칼블록이 힘을 받는다.
구조목이 제대로 힘을 받게 하기 위해…
넓은 피스 헤드 부분과 갸냘픈 몸통 부분 두번의 드릴질을 해야 한다.
점점 힘들고… 지친다.
3개의 각목에 6개의 갸냘픈 구멍과 6개의 헤드 구멍을 파서…
6개의 피스를 박았다.
전동공구라고 하면 우리는 일반적으로 드릴만 생각한다. 물론 드릴도 웬만한 작업이 다 가능하다. 구멍뚫고 피스 박고… 다 가능한데… 드릴에 드릴날 박아서 구멍뚫고… 드릴 비트 빼서 다시 +자 비트 박아서 나사를 조인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바꿔끼는거 이거… 정말 힘들다. 그래서 하나 더 필요하다. 바로 Impact Driver라는게 필요하다.(드릴과 임팩트 드라이버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설명한다.)

시작

설계도를 벽지 위에 옮겨 그리고…
칼날을 잡았다.
그리고 과감하게 그었다.
벽에 무엇이 있을까…궁금해서 살짝 재껴봤더니…
헐… 예상 못한 일이 벌어졌다.
석고보드 중간중간에 못질 자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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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고보드를 고정하려고 나무를 덧대고 못질을 해놨나 보다.
그렇다면… 저기 못 아래 각목이 있다는 얘긴데…
고민이다.
고민을 하다…
칼날이 헛 나갔다.
에고에고…
1cm나 비껴나간걸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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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질할 때는 딴 생각을 하면 안된다.
어쨌든... 벽지는 땃다.(다소 흉측하다.)
이제 석고 보드를 도려낼 차례다.
두께 측정차 살짝 구멍을 뚫어보니…
딱 10mm다.
나에게 있는 공구를 찾아봤다.
  • dremel : 원형톱, 다목적 커팅 비트
  • 쇠톱
  • 커터날
jig saw나 oscillating saw가 있었으면 했는데…
어쨌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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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터날로… 1cm두께로 90cm길이로 6번을 긋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가능은 하다. 하기 싫어서 그렇지...
dremel 다목적 커팅 비트는 먼지가 너무 많이 난다.
쇠톱… 커터칼보다 더 힘들고… 또 톱날이 들고 나갈 공간도 없다.
결론 : dremel 원형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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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mel에 원형톱을 끼우고
돌렸다.
오~~~ 최고다.
쉽게 나간다.
한개 파는데 5분도 안 걸렸다.
그리고 깔끔하다.
진공청소기를 대고 짤랐더니…
먼지도 거의 안난다.
석고보드를 아주 깔끔하게 도려냈다.
안에 스티로폴이 보인다.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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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인데…
각목이 보인다.
그것도 두개나 보인다.
미리 구조목 재단도 다 끝냈는데…
벽 하나 먼저 따보고 할껄…
스티로폼을 빼기 전에…
구조목을 살짝 대 봤다.
각목 부분이 브라켓이나 칼블럭 위치에 걸리면 곤란하니까…
C4는 다이나마이트다.
C4가 두개면 2C4인지 C8인지 모르겠다.
미리 뚫어놓은 칼블럭 구멍과 하나가 겹친다.ㅠㅠ
이리저리 움직여보니… 방법은 하나다.
73mm를 올리면 된다.
그렇게 되면 1단(최상단)의 높이가 300mm에서 227mm로 바뀌어야 한다.
우이씨…

정말 고민했다.

  • 벽에 고정한 각목을 짜를까?
  • 아니면 재단을 마친 각목을 짤라야 하나?
내부에 각목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역시 벽 안의 상황은 예상해서는 안되는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는다.
난 그냥 시멘트 벽위에 스티로폼을 대고…
그 위에 석고보드를 살짝 올렸다고 생각했다.
벽안을 볼 필요도 생각도 없이 각목을 모두 짤르고…
선반 3개를 올릴 위치와
벽에 칼블럭으로 고정할 위치 6개까지 다 뚫어놓은 건데…
낭패다.
평소에는 하나의 기쁨을 먼저 누리고자
우선 한개를 성공한 다음에 공정을 진행하는데…
왜 이번엔 미리 재단을 해서…
고민이다…
그나저나…
구조목을 짜르면… 선반 하중을 견딜까?
석고보드 지탱하는 각목을 날릴까?
각목을 건드렸다간…
석고보드 전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
흑흑흑…
구조목을 짜르자.
동하중이 아니라 정하중(고정)이기에…
짤라도 하중은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과감하자.
구조목을 짤랐다.
그리고 삽입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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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벽에 고정하기 위해
시멘트용 드릴로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후배가 그랬다.
지어진지 20년 넘은 아파트벽에 구멍을 뚫는다는게…
정말 어려울꺼라고…
시멘트는 점점 딱딱해진다고…
정말 어려웠다.
1개의 구조재에 자그마치 벽에 구멍만 6개니까…
총 18개를 뚫어야 하는데…
헐… 정말 힘들다.
얼마나 안 뚫리는지…
겨우 하나 뚫었는데…
손이 후들거린다.
먼지 예방한다고… 청소기까지 들고…
뚫리지도 않는 드릴질을 했으니…
구멍을 하나 간신히 파고…
드릴을 뺐다.
드릴날 끝에 연기가 난다.
엄청난 고열에 시멘트가 탔나보다.
시멘트 벽… 꽤 뚫어봤는데…
드릴날에서 연기나는거 처음 본다.
벽안의 각목은 가로 방향으로 두개였고…
덕분에 구조재는 3등분해야 했다.
모든 길이를 다시 계산해야 했고…
구멍도 몇개 더 뚫었고…
덕분에… 제일 위칸의 선반 높이는…
300mm에서… 227mm로 73mm 짧아졌다.
이제 1개 마쳤을 뿐인데…
벌써 1시간이 지났다.
이제 두번째 석고보드다.
이번엔 커터 칼질을 잘 했다.
그리고 구조재 폭에 정확하게 맞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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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도도 잘그리고…
dremel도 잘 다루어서 깔끔하게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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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잘 짤랐는지…
완벽하다.
완벽한데… 이다.
첫번째 구조재 작업할 때는 가로 각목이 두개였는데…
이번에는 하나다.
또 계산을 해야 한다. 에고… 이번 작업은 미리 작업을 해놓고 작업 시간을 줄이려 했는데… 예상치 못한 각목을 만나면서… 오히려 시간이 더 늘었다.
분홍 스티로폼은…
쫀쫀하다…
뜯어냈는데도…
먼지나 부스러기도 거의 안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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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이버로 꼬셔내니…
잘 빠진다.
하단까지 미끈하게… 한번에…
잘 도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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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해봤다고…
두번째… 금방 마치고…
바로 세번째… 직행…
세번째 작업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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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딱 5시간 걸렸다.
휴… 끝났다.
DIY는 지금 이 순간을 위해 한다.
죽을 것 같은 현재가 끝나면… 희열 뿐인 미래가 온다.
그리고 그 미래는 생각보다 오래간다.
꽤 오래간다.
담배 한 대 물고… 하늘 한번 쳐다 보면… 정말 좋으련만…
입맛만 다신다.

마누라 모르게…

아까 오려둔 벽지를 다시 붙였다.
벽에 난 상처를 최대한 숨겨야 한다.
풀로 붙이고…
이케아에서 사온 선반 브라켓을 설치했다.
언뜻보면 감쪽같다.ㅎㅎ
사진이 없다.(사진을 못 찍었다.)
벽에 구멍을 뚫는데…
손이 후들거려…
카메라를 잡을 수도 없었다.
벽에 삽입한 구조목에 구멍을 뚫고…
(수평을 잡고… 수평잡기 정말 애로가 많다.ㅠㅠ)
그리고 그렇게 선반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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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과 3단 브라켓이 다른 이유는…
3단 브라켓 저 구멍 사이로…
무언가를 낑겨 놓으려고 일부러 막힌걸 골랐다.
즉, 여기에 스탠 파이프를 끼우고…
선반 고리를 끼워…
공구를 하나씩 걸어놓기 위함이다.
주방에 국자 걸이 달듯 말이다.
1단은 아직 설치하지 못했다.
우선…
제일 상단에 올릴 나무의 크기를 결정하지 못했다.
2단과 3단은… 18mm짜리인데…
1단은 어차피 내 키로는 절대 닿지도 않기에…
좀 넓은 나무 폭 29mm를 설치할 욕심도 있었다.
그래서
브라켓도 사지 못했다.
아울러 예정한 높이 300mm보다 73mm가 낮아진 227mm여서…
A4지를 세로로 세울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
천상 가로로 나와야 하기에…
1단 선반에 쓰일 나무는 29mm로 살 예정이다.
A4지를 뉘일 작정이다.
브라켓 1개당 20kg까지 견딘다고 하니…
3개면 60kg이고…
나야 날씬하니까… 내가 올라가서 누워도 되겠다.ㅎㅎ
하중 걱정은 안해도 된다.
끝났다.
이제 정리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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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가격 : 38,600원 + 추가 31,000원(1단)

3단 브라켓 - 3,000 * 3개 = 9,000
2단 브라켓 - 1,500 * 3개 = 4,500
나무(18mm) - 11,000 * 2개 = 22,000
구조목 - 3,000 * 1개 = 3,100
소계———————————— 38,600

1단 추가시
1단 브라켓 - 4,000 * 3개 = 12,000
나무(29mm) - 19,000 * 1개 = 19,000
소계———————————— 31,000
총계———————————— 69,600

차비———————————— 7,400

선반 후기

  1. 수준기
스마트폰에 수준기 기능이 있어서…
따로 사지 않았는데…
선반을 달려다보니…
수준기는 필수 장비다.
(이게 있었다면… 1시간 이상은 절약했을텐데…)
1. 20년된 콘크리트에 구멍 뚫기
20년 넘은 아파트에 구멍을 뚫기란…
정말 힘들었다.
(동네 주민들이 욕했을 정도…)
2. 벽뒤는 아무도 몰라… 미리 까봐야…
벽 뒤는 예상 못한 일이 많다.
특히 석고보드뒤는 항상 예상을 깬다.
깬 예상중 가능 난감했던 부분은…
시멘트 벽면이 고르지 않았다는 점이고…
덕분에 구조목을 시멘트면에 고정하기 어려웠다.
3. 벽은 우리의 생각과 다르다.
벽은 편평하지 않다.
기울어져 있고…
수직수평도 아니며…
기울기도 존재한다.
4. 자전거는 필수다.
얼마나 사다리를 오르내렸는지…
다리도 후들거린다.
아직 남아있는 나무와…
대신특수목재에서 주어온 나무…를 쌓아두고…
브라켓 구멍에는 파이프를 연결했다.
정리는 내 일이다.
그래서 정리는 내일하는 거다.
힘들어서 잠도 안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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