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15

[자전거] 국토종주 : 충주 -> 부산 | 준비編

맨날 마음만 먹었다.

(되기만을 바랬을뿐, 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내 힘으로만 인천서 부산까지 가고 싶었다.
걸어간다는 건 시간상으로 무리고
자전거로 국토 종주를 하고 싶었다.
재작년에 시도했었다.
무더운 8월이었다.
서해 정서진인 인천항을 출발하여 양평을 지나 충주로 향했다.
(이 부분은 인천-충주편 참조)
충주에 도착하기 전
섬강 남한강 합류지점에서 소나기가 쏟아졌다.
뭐 지나가는 비려니…했다.
그렇게 30분을 맞으며 달렸다.
"어라?"
체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패달을 빠르게 돌려도 체온이 상승하지 않았다.
비옷을 가져오려 했지만
여름이라 비를 맞으면 시원하리라 생각하고 준비하지 않는게 화근이었다.
서둘러 비를 피할 곳을 찾았다.
마침 정자 하나가 눈에 띄어 밑으로 들어갔다.

비바람이 제법 세게 몰아쳤다.
옷이 온통 비에 젖어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준비한 옷을 꺼내 젖은 옷과 갈아입고서야 한기가 멎었다.
휴…
그렇게 30분이 흘렀다.
비가 그치지는 않았지만 계속 서 있다가는
충주에 도착도 못하고
민가도 잘 안보이는 이 근처에서 숙박을 정해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힘들어도 추워도 움직여야 한다.
비가 어느정도 수그러들기를 기다려 다시 패달을 밟았다.
1시간 넘게 쉬었다가 다시 패달을 밟으니
다리에 영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다리가 풀려있었다.
평지야 느리게라도 달리면 되지만
얕은 언덕은 올라갈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했다.

날이 저물었다.
비내섬을 거쳐 앙성 온천까지 자전거를 끌다 시피해서
가까스로 8시쯤 어딘가에 도착했다.
충주를 지나 수안보에 도착했어야 할 시간에…
충주는커녕 30km 前 앙성 부근이다.
참고로 앙성 온천은 참 좋다. 뜨겁지 않은 찬물 온천이다. 강추다.
수안보에 묵으면
10시 전에 이화령 정복이 가능한데...
앙성에서 출발하면
이 무더운 8월에 이화령을 정오에 넘어야 한다는 얘기다.
비를 맞고 덜덜 떨었더니…
겁이 났다.
그렇게
그래서
1박 2일 만에 종주를 접었다.
우비없는 것도 한 몫 했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그때 부산까지 쭈욱 갔더라면…
난 아마 죽었을꺼다.
이유는…
첫번째 준비를 치밀하게 하지 않았다.
내 몸을 많이 믿었다.
그래서 어디에 숙소가 있는지…
어디서 밥을 먹을지…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다.
두번째 우회를 해야 하는 코스가 있었는데... 몰랐다.
‘길가니까… 대충 가 보면 뭐 있겠지…’
가보니...
없다.
대충 죽기 딱 좋았다.
비에 한번 당하고…
두살을 더 먹어 나이가 50이 되고 나니…
하루 쓴 근육의 회복 또한 더뎠다.

이번에는 섬세하게 준비했다.

준비물

블루투스 스피커

혼자하는 종주이기에 외로움과 심심함을 달래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음악이다.
일반적인 블루투스 스피커는 고작 5시간 작동한다.
하루 10시간 정도 달려야 하는 자전거 종주에는 많이 모자란다.
(충전하면서 틀면 되겠지... 했지만 대다수의 스피커류는 충전할 때 파워는 꺼진다.)
그래서 스피커 배터리를 개조해야 했다.

기존 자그마한 배터리를 빼내고
기존 배터리를 빼는 이유는… 이 작은 배터리가 완충되면 충전이 끝났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추가한 배터리가 충전이 안되는 경우가 발생하기에 제거하는게 맞다.
안쓰고 방치되고 오래된 리튬이온 배터리를 붙였다.
배터리를 스피커 안쪽 공간에 넣으면 좋지만…
그만한 공간이 없어 스피커 하단에 고정했다.(글루건이 최고다)
여기에 충격을 방지해 줄 두툼한 가죽을 붙였다.

그리고 스피커의 안전과 뽀대를 위해 가죽으로 둘러감았다.
야구공을 만드는 바느질 방법으로 가죽을 꼬맸다.
나름 이쁘다.

스피커 마이크 버튼이 불필요하게 눌려지는 것을 막고자 버튼 주위에 가죽을 덧댔다.
본을 뜨는 방법은 뭐 간단하다. A4지를 스피커 면에 대고 종이를 구기면, 그 형태가 종이면에 표현된다. 그 선을 따라 가죽을 재단하면 거의 정확하다.

자전거 주행중 발생하는 충격과 진동에 혹시나 이탈할까봐 스피커 상단에 꼬다리를 만들고 클립을 붙였다.
오! 완성이다. 대 만족!!!
이젠 스피커 배터리 소모실험이다.
집안이라 소리 크기를 중간정도에 맞추고 음악을 틀었다.
10시간이 지났는데… 짱짱하게 잘 나온다.
15시간이 지났다. 마찬가지다.
24시간이 지났다. 이제서야 소리가 좀 떨리고… 출력이 딸린다.
고맙다.
스피커 준비 끝.

준비물 전체

여기에 추가해야 할 건
로션과 파스, 자전거 오일이다.
- 비를 맞으면, 체인이 녹슨다. 중요 부위가 녹슬지 않도록 체인 오일은 필수다.
- 휴지는 위급 상황에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준다. 필수다.
- 자전거 여행에서 가장 고통받는 부위는 엉덩이와 항문이다. 물휴지는 위급 상황이후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 마무리 안하면 ㅇㅇㅇ 부위가 헌다. 물론 비데가 최고지만 없을땐 물휴지는 최고다. 물휴지는 자전거 주행 상황에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준다. 필수다.
자전거 바이크텔 이용료는 1박 2식(저녁, 아침) = 3만원이다.(현금 10만원은 기본으로 준비해야 한다.)
점심 한끼와 물, 음료수, 과자 등 = 1만원
1박당 4만원 정도 소요된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4대강 보 마다 편의점은 없어도 자판기는 있다. 1천원짜리 지폐 또는 동전은 필수다. 만원짜리 5만원짜리 지폐로는 커피 한잔 못 먹는다.
배터리(전조등, 후미등)까지 모두 완충하고…
이렇게 준비물은 끝났다.

일정 계획 수립

자전거의 무게

내 자전거는 23kg이다.
안장 무게만 5kg이다.
누워(recumbent) 타는 리컴번트 자전거라서 아래 사진처럼
안장의 크기와 무게가 상당하다.
일반 철자전거는 16kg 정도 된다.
알루미늄 자전거는 11kg 정도 되며
로드 자전거나 픽시, 카본(탄소섬유) 자전거는 10kg 안쪽이다.
짐까지 실으면 30kg에 육박한다.
종주 기간이 늘어나면 짐의 무게도 늘어난다.
30kg 무게의 자전거로 하루에 얼마나 이동할 수 있을까? 가능한 한 일정을 줄여야 짐이 가벼워진다.

인생의 무게

내 나이 올해 50이다.
어디 다치면 잘 안 낫는다.
한번 근육이 뭉치면 잘 안 풀린다.
한번 힘을 쓰면 두번 연속해서 힘 쓰기가 매우 어렵다.
여기에 자전거의 무게도 엄청나고
게다가 오르막에는 매우 취약한 리컴번트 자전거다.
그래 결정했다.
충주부터 부산 낙동강 하구까지는 총 420km이므로
총 여행기간은 3박 4일로 잡자.
하루 평균 105km로 달리되
가능한 한 빨리 많이 달려서 140km까지 달려보자.
그래서 2박 3일만에 부산에 도착하자.
단, 혼자 여행이라 위험에 처하면 방법이 없으므로
오후 6시를 넘기기 전에는 무조건 숙박을 정하자.
만약 3박을 하더라도 정오 전에는 부산 종점에 도착하자.

오르막의 무게

자전거 국토종주 사이트를 조사해보니…
큰 오르막이 4군데다.
  1. 이화령 (우회 不可) : 오르막 5km 구간
  2. 다람재(무심사 가는 길) (우회 可) 
  3. 박진고개 (우회 不可) : 오르막 1.5km 구간
  4. 영아지마을 (우회 可)
우회라고 해서 언덕이 없는건 아니다. 언덕이 완만하고 길 뿐이다.
산구루 님의 블로그에 표기된 거리 계산기를 李允에 맞게 재해석하고,
여기저기서 획득한 정보를 기입하여 한장에 정리했다.
산구루 님의 거리 방식은 다소 독특하다.
경사 정도를 (체감?)숫자로 기입하고,
원 물리적 거리 X 경사도(숫자)를 곱한 값 = ‘주행 거리’로 산정한다.
여기에 자전거 평균 속도를 곱해서
구간별 주행 시간을 산출했다.

> 물리적 거리(km) * 경사도(상수) = 주행거리(km) 
> 주행거리(km) / 평균 속도(15km/h) = 주행 시간(hour)
이 값이 정확하다고 느껴지는 건
오르막에서 소비된 시간만큼 내리막에서 보상을 받기에
굳이 경사정도(상수)를 추가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오르막 이후 근육의 피로도가 다음 주행에 심각하게 영향을 주기에
피로도를 감안한 이동 거리로 계산하면 비교적 정확했다.
산구루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오르막에서 잃은 시간은 보통 내리막에서 보상된다.
그러나 내리막에서 보상받으면 안되는 구간이 있다.
박진고개와 영아지마을 구간은 속도내면 안된다. 다친다. 급브레이크를 잡으면 타이어 슬립이 일어나 타이어가 부분적으로 손상된다. 그리고 타이어 슬립이 일어나면 보통의 경우 지면에 몸이 닿는다. 몸에도 부분적으로 손상된다.
그렇게 전체 이동 구간과 거리, 시간값을 놓고…
100km(상주 상풍교) ~ 121km(상주 신암3거리)에 위치하는
숙소를 뒤졌다.
총 4개가 나온다.
주행 상황과 기록, 근육 상태를 종합하여
오후 5시를 기점으로 얼마나 더 이동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여
숙소를 정하려고 했다.
만약 어쩔 수 없이 첫번째 숙소에서 자야만 한다면
다음날 기상과 출발시간을 최대한 앞당겨서
다음 일정에 지장이 없도록 시간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1박, 2박, 3박 묵을 숙박지와
먹거리, 식당, 보급소 위치 정보를 확보했다.
이제 버스 예매만 하면 된다.(다음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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