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25

[여행] 최상의 조합 = 백암온천 + 전복죽 + 풍기 주전부리

여행을 간 이유

제가 OO된 기념으로…
마누라가 또 힘들어하기도 하고…
몇 년간 휴가를 간 적도 없고 해서…
최상의 조합인
백암온천과 들깨전복죽을 먹으러 갔습니다.



왜 하필 백암 + 후포항?

백암온천의 물은 정말 극최상입니다.
원수(原水)에 몸을 담그고 나오면
몸도 피부도 보약을 먹은 느낌입니다.
울진은 덕구 온천이 더 유명하지만
덕구 온천은 (개인적으로) 대중탕에 가깝고 물도 나와는 맞지 않은데 반면…
백암은… 미끌미끌한 원수가 정말 일품이지요.
이유가 없습니다. 무조건 강추합니다.
강추해도 욕먹을 일이 없습니다.
피부에 온천을 양보했다면…
위장에 전복죽을 양보해야 합니다.
(구)동심식당…
이 할마씨의 음식솜씨가 정말 일품이지요.
맛이요? 
글쎄요. 
별로 맛있지 않습니다.
특별한 맛은 없습니다.
그런데 또 가고 싶습니다.
배가 꺼지면 또 가서 먹고 싶습니다.
오죽 먹고 싶었으면 36번 - 31번 - 88번 도로를 타고 왔겠습니까?
그리고 부모님 모시고 오고 싶습니다.
전복죽을 주문하면 35분 후에 나옵니다.
할마씨가 주문을 받으면 그때부터 쌀로 죽을 쑤시지요.
(사람이 많이 찾아서 미리 쑤어놓을 만도 한데, 주문을 받으면 그때부터 음식을 만드십니다. 그래서 맛있나 봅니다.)
전복죽은 14,000원입니다. 정말 비싼데… 정말 강추합니다.
도착하기 20분전에 전화(054-788-2557) 걸어 주문해야 
10분 정도 기다리면 바로 먹을 수 있습니다.
야들야들한 전복의 맛은 소고기가 놀라 저리 도망가고…
들깨는 뭐랄까요… 구수함을 안겨주고…
그래서 이 들깨전복죽을 먹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안함과 죄스러움을 안겨줍니다.
(이 죽을 먹을 때 항상 부모님께 죄스럽지요. 그래서 죽이겠지요.ㅋㅋ)

About 백암온천

온천 원수(原水)는 한화백암콘도, 주변에 여관 1군데(어딘지 모름)…
이렇게 2군데에서만 나온답니다.
(LG연수원이 최근에 지어졌는데… 거기서도 원수를 사용한다는 썰이 있음)

한화콘도의 온천수

온천 물의 양의 많지 않아서…
원수는 열탕(45도)에만 원수 형태로 공급하고…
온탕과 냉탕에는 다른 물과 섞어서 공급하지요.
원수가 열탕에만 있다보니…
냉탕에서 몸을 얼린 후 열탕으로 뛰어 들어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 얼라들이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
- 대다수의 사람들은 원수(原水)의 존재 유무를 몰라서 입수를 안한다는 점.
덕분에 항상 깨끗하답니다.
원수(原水)의 존재를 몰랐을 때,
그래서 열탕에 안 들어갔을 때의 피부 상태와
열탕에 들어갔을 때의 피부는 확실히 다릅니다.
마누라가 피부 결이 좋은 편인데…
원수(原水)에 다녀오면 정말(?- 19금) 좋습니다.

이태리 타올로 슥쓱... 몇번 문지르면
힘들이지 않아도 O가 그냥 다 나옵니다.

백암 가기까지 주전부리

풍기에서 백암까지 가는데 2시간(약 90km) 걸립니다.
빨리 달리면 백암을 못 가고 죽기 쉽습니다.
세상을 일찍 하직하고 싶다면
차를 몰고 88번 도로를 시속 60km 정도로 달리기만 하면 됩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꼬불탕 코스로서
운전을 하든 하지 않든 99%의 사람들은
멀미를 하거나 토가 나옵니다.
이렇게 오래 걸리다보니
풍기나 영주에서 식사를 해야만 하지요.
배가 고프면 멀미가 더 나니까요…
풍기는 인삼으로 유명한 동네입니다.(인삼이 풍기네...ㅋㅋ)
또 한우도 유명합니다.
인삼과 한우의 거래가 활발하다보니
동네에 고급지고 훌륭한 맛집이 꽤 있습니다.
첫번째로 ‘정도너츠’입니다.
네비로 찍으면 다 나오기에 굳이 주소나 위치 설명은 할 필요가 없네요.
어쨌든 풍기 IC에서 5분이면 어디나 다 도착할 정도로 아담한 도시입니다.
생강 도너츠로 매우 유명한 집으로…
너무 맛있고
그래서 유명하고
그래서 오후 6시 전이면 도나쓰가 동이 난다는…
영업시간은 7시까지인가 그런데…
7시에 간신히 도착했다 하더라도 도나쓰는 없다는…
10여종이 넘는 도너츠를 파는데, 맛은 단연코 생강 도너츠.
커피도 일품입니다.
두번째로 ‘미소머금고’의 고구마빵

미소머금고는… 뭐랄까… 달지 않은 고구마빵입니다.
고구마 무스 맛이 일품입니다.
설탕을 추가하지 않은 맛으로…
빵도 맛납니다.
정말 강추입니다.
인터넷 판매도 합니다.
여기 커피도 일품입니다.
(경주의 황남빵은 과하지 않은 단(팥)맛과 과하지 않은 피(빵)맛이 일품인것처럼
 미소머금고의 빵도 과하지 않은 맛을 풍깁니다.)
세번째로 ‘서부냉면’입니다.
평양냉면으로 서열 2위정도라고 하는데요…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 어떤 조미료도 넣지 않은 육수에…
찰진 메밀면을 내 줍니다.
저도 음식할 때 조미료를 멀리하는 편이지만…
여기 육수에는 밑간 자체가 아예 안 되어있어
오히려 재료 본연의 맛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냉면이 메밀로 만들어서 소화가 잘되어야 하는데…
소화도 안되어… 저와는 맞지 않았습니다.
조미료에 길들여진 나에게…
조미료를 멀리하려 노력하는 나조차도…
맛을 탐색하기 어려웠습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찾는데 도전하겠다…라고 생각하는 분만 추천합니다.
냉면 한그릇 가격은 9천원 입니다.
(여름에는 냉면만 하고, 다른 계절에는 불고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 동네 소는 맛으로 유명해서 불고기를 먹고 싶었으나 다른 계절로 패스)
여기 말고도 설렁탕으로 유명했던 집이 있었는데…
유명세를 탄 이후, 음식맛이 곤두박질쳐서 소개도 안할랍니다.

가는 길

서울 - 풍기(미소머금고 고구마빵) - 영주 - 36번 - 31번 - 수비면 - 88번 - 백암온천 : 4시간 소요
백암온천 - 후포항 : 25분(동심식당 또는 홍게짬뽕(백년손님))
백암온천은 울진이기는 하지만 울진과 영덕의 중간지점인 평해에 있습니다.
가장 빨리 가는 길은 없습니다.
꼬불탕 짧은 길과 똑바른 긴 길만 존재합니다.
'기름값+톨비'도 동일합니다.
결국은 선택입니다.
고속도로를 갈꺼냐… 꼬불탕 국도를 갈꺼냐…
  • 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 - 7번 국도) : 400km - 4시간 30분 소요 : 직선구간
  • 고속+국도 : 330km - 4시간 30분 소요 : 王 꼬불탕 멀미동반(겨울엔 빙판길 비추)
고속도로는 정말 직선으로 달리는데 목적을 두면 됩니다.
꼬불탕 도로는 정말 경치가 좋습니다.
다만 좋은 경치에 토를 동반하는 단점도 있습니다.
봉화, 일월산 - 인간의 손떼가 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공간입니다.

대안 36번 도로

대안은 있습니다. 다만 7개월 더 기다려야 합니다.
풍기에서 36번 도로를 타면 울진까지 1시간이면 갑니다.
왜냐면 꼬불탕 길을 직선화하고 있거든요.
현재는 70%만 직선이고, 나머지 30%는 올 12월에 개통합니다.
36번 도로는 정말 한이 많은 도로입니다.

HISTORY 울진과 36번

19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가 출몰할 때
접근하는 도로가 없어서 공비 토벌에 무척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 땅에 태어났지요. 무장공비를 토벌하러...)
1982년 전두환 대통령 지시로 공병대를 투입하여 2년만인 1984년에 완공한 도로입니다.
도로번호가 36번(짝수니깐 동서횡단도로)인 이 도로는
꼬불탕만 있는게 아니라 굴곡과 고개, 내리막이 엄청나서
1980년대 이전에는 길을 만들려고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실 가보면 압니다. 이런데 이런 도로가 있네…할 정도)
또 한가지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원자력 발전소를 울진에 건설하려고
36번 도로 건설과 원전을 맞바꾸었다는 썰도 있습니다.
꼴랑 그깟 도로(국도) 하나와 혐오시설인 원자력 발전소를 맞바꿀 정도이니
울진 사람들이 36번 도로에 갖는 애착이란 말로 형용하기 힘듭니다.
공비를 때려잡든…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든…
울진 주민에게 36번 도로는 외부 세계와의 유일한 연결줄입니다.
그런데 골때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영덕에 떡하니 고속도로가 놓여졌지요.
울진에선 영덕을 많이 무시하지요.
영덕도 물론 울진 사람들은 촌사람이라고 폄하하지요.
이웃한 동네가 항상 으르릉거리는건 당연지사지요.
대게로도 원조 싸움이 심한 동네인데…
영덕에 고속도로가 놓인다니… 울진 사람들은 기가 차지요.
(국회의원, 도지사, 도의원, 시의원… 작살났지요)
이미 결론은 나버렸고 O은 O대로 팔리고…
그렇게 실리를 추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바로 36번 도로의 직선화입니다.

어려운 말로 ‘도로의 선형을 개선한다’입니다.
36번 도로의 숫자가 말해주듯
36번 도로를 주행하는 90분 동안 36번 멀미를 하는 사람이 비일비재합니다.
운전을 하는 저도 막판 30분을 남겨두고 속이 울렁거려서 혼이 났고…
뒷자리에 탄 우리 딸래미가
“아빠! 이 도로가 뭐에요. 여기 다시는 오지 말아요.”
할 정도로 엄청난 스윙을 자랑합니다.
이런 36번 도로가 직선으로 바뀌었습니다.
산을 만나면 터널을 뚫었고
계곡을 만나면 다리를 놨습니다.
다리의 높이를 잴 수는 없었지만
거짓말 조금 보태서 100m에 이르는 교각도 많이 있습니다.
또 말도 안되는 위치에 산을 깎아 교각을 세웠습니다.

지금은 70%만 개통했고…
올해 말에 100% 개통합니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현재는 1시간 분량을 직선화했으며, 30분 구간이 남았습니다.
내년 개통되면 ‘풍기-봉화-울진’ 구간이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어듭니다.
물론 토도 안 나옵니다.
단점으로는 왕복 2차선 도로라는거…
또 고도가 엄청 높아서 사고나서 차가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바닥까지 한참 걸린다는거…입니다.
서울에서 풍기까지 90분
풍기에서 울진까지 60분
울진에서 평해(후포항)까지 20분
평해에서 백암온천까지 20분

合 190분(3시간 10분)이면 백암 온천에 도착합니다.
이 얘기가 무슨 뜻이냐면…
풍기나 영주에서 굳이 식사를 해결하지 않고도
울진 죽변항이나 평해 후포항에서 신선한 해물을 먹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당일 치기로 후포항의 동심식당(054-788-2557)에서 점심을 먹고
죽변항에서 저녁을 먹고도
10시쯤이면 서울 집에 도착한다는 뜻입니다.
정말 대단한 변화입니다.

결론

백암온천(입욕료 1만원) + 동심식당(들깨전복죽 1만4천원) 은 항상 정답이다.
내년부터는 더 정답이다.

동심식당에서 차로 5분거리에 관동8경의 제 1경이라 칭하는 월송정이 있습니다.
(서희웅 팀장이 월송국민학교 출신이랍니다.ㅎㅎ)
월송정은 금강송 군락지로 걸어서 한바퀴 도는데 15분 정도 걸립니다.
소나무의 솔입과 모래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트래킹 코스이며
바다내음과 솔내음이 어우러져
여기가 산인지 바다인지 헤깔리기도 하지요.
정자위에서 바다를 내려보는 맛도 일품입니다.

정산
  • 기름값         : 80,000원 | 700km
  • 미소머금고 : 15,000원 | 고구마빵, 우유버터고구마빵
  • 미소머금고 : 5,000원 | 커피 두잔
  • 서부냉면     : 18,000원 | 물냉면(2인분)
  • 한화콘도     : 10,000원 | 입욕료(2장, 50% 할인. ㅋㅋ)
  • 동심식당     : 28,000원 | 들깨전복죽
  • 톨게이트     : 20,000원 | 고속도로, 외곽순환
  • 휴게소         : 10,000원 | 물, 휴지, 음료수, 워셔액 등
  • 合 : 185,000원
#개인/여행

2017/05/15

[자전거] 국토종주 : 충주 -> 부산 | 준비編

맨날 마음만 먹었다.

(되기만을 바랬을뿐, 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내 힘으로만 인천서 부산까지 가고 싶었다.
걸어간다는 건 시간상으로 무리고
자전거로 국토 종주를 하고 싶었다.
재작년에 시도했었다.
무더운 8월이었다.
서해 정서진인 인천항을 출발하여 양평을 지나 충주로 향했다.
(이 부분은 인천-충주편 참조)
충주에 도착하기 전
섬강 남한강 합류지점에서 소나기가 쏟아졌다.
뭐 지나가는 비려니…했다.
그렇게 30분을 맞으며 달렸다.
"어라?"
체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패달을 빠르게 돌려도 체온이 상승하지 않았다.
비옷을 가져오려 했지만
여름이라 비를 맞으면 시원하리라 생각하고 준비하지 않는게 화근이었다.
서둘러 비를 피할 곳을 찾았다.
마침 정자 하나가 눈에 띄어 밑으로 들어갔다.

비바람이 제법 세게 몰아쳤다.
옷이 온통 비에 젖어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준비한 옷을 꺼내 젖은 옷과 갈아입고서야 한기가 멎었다.
휴…
그렇게 30분이 흘렀다.
비가 그치지는 않았지만 계속 서 있다가는
충주에 도착도 못하고
민가도 잘 안보이는 이 근처에서 숙박을 정해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힘들어도 추워도 움직여야 한다.
비가 어느정도 수그러들기를 기다려 다시 패달을 밟았다.
1시간 넘게 쉬었다가 다시 패달을 밟으니
다리에 영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다리가 풀려있었다.
평지야 느리게라도 달리면 되지만
얕은 언덕은 올라갈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했다.

날이 저물었다.
비내섬을 거쳐 앙성 온천까지 자전거를 끌다 시피해서
가까스로 8시쯤 어딘가에 도착했다.
충주를 지나 수안보에 도착했어야 할 시간에…
충주는커녕 30km 前 앙성 부근이다.
참고로 앙성 온천은 참 좋다. 뜨겁지 않은 찬물 온천이다. 강추다.
수안보에 묵으면
10시 전에 이화령 정복이 가능한데...
앙성에서 출발하면
이 무더운 8월에 이화령을 정오에 넘어야 한다는 얘기다.
비를 맞고 덜덜 떨었더니…
겁이 났다.
그렇게
그래서
1박 2일 만에 종주를 접었다.
우비없는 것도 한 몫 했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그때 부산까지 쭈욱 갔더라면…
난 아마 죽었을꺼다.
이유는…
첫번째 준비를 치밀하게 하지 않았다.
내 몸을 많이 믿었다.
그래서 어디에 숙소가 있는지…
어디서 밥을 먹을지…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다.
두번째 우회를 해야 하는 코스가 있었는데... 몰랐다.
‘길가니까… 대충 가 보면 뭐 있겠지…’
가보니...
없다.
대충 죽기 딱 좋았다.
비에 한번 당하고…
두살을 더 먹어 나이가 50이 되고 나니…
하루 쓴 근육의 회복 또한 더뎠다.

이번에는 섬세하게 준비했다.

준비물

블루투스 스피커

혼자하는 종주이기에 외로움과 심심함을 달래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음악이다.
일반적인 블루투스 스피커는 고작 5시간 작동한다.
하루 10시간 정도 달려야 하는 자전거 종주에는 많이 모자란다.
(충전하면서 틀면 되겠지... 했지만 대다수의 스피커류는 충전할 때 파워는 꺼진다.)
그래서 스피커 배터리를 개조해야 했다.

기존 자그마한 배터리를 빼내고
기존 배터리를 빼는 이유는… 이 작은 배터리가 완충되면 충전이 끝났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추가한 배터리가 충전이 안되는 경우가 발생하기에 제거하는게 맞다.
안쓰고 방치되고 오래된 리튬이온 배터리를 붙였다.
배터리를 스피커 안쪽 공간에 넣으면 좋지만…
그만한 공간이 없어 스피커 하단에 고정했다.(글루건이 최고다)
여기에 충격을 방지해 줄 두툼한 가죽을 붙였다.

그리고 스피커의 안전과 뽀대를 위해 가죽으로 둘러감았다.
야구공을 만드는 바느질 방법으로 가죽을 꼬맸다.
나름 이쁘다.

스피커 마이크 버튼이 불필요하게 눌려지는 것을 막고자 버튼 주위에 가죽을 덧댔다.
본을 뜨는 방법은 뭐 간단하다. A4지를 스피커 면에 대고 종이를 구기면, 그 형태가 종이면에 표현된다. 그 선을 따라 가죽을 재단하면 거의 정확하다.

자전거 주행중 발생하는 충격과 진동에 혹시나 이탈할까봐 스피커 상단에 꼬다리를 만들고 클립을 붙였다.
오! 완성이다. 대 만족!!!
이젠 스피커 배터리 소모실험이다.
집안이라 소리 크기를 중간정도에 맞추고 음악을 틀었다.
10시간이 지났는데… 짱짱하게 잘 나온다.
15시간이 지났다. 마찬가지다.
24시간이 지났다. 이제서야 소리가 좀 떨리고… 출력이 딸린다.
고맙다.
스피커 준비 끝.

[철학] 떨어지는 장소에 매번 가고, 가면 꼭 죽는다

[떨어지는 장소에 매번 가고, 가면 매번 꼭 죽는다]

2002년 가을
본가에 갔더니
로봇 청소기가 삘삘~ 거리며 방안을 돌아다녔다.
아버지께서 선물로 받으셨다면서...
자랑삼아 작동시킨 로봇청소기는
힘찬 소리대비 청소 능력이 떨어져
뭐 그닥~...
속된 말로... 탐나지 않았다.
아파트 구조를 보면 신발을 신고 벗는 현관이 있다.
먼지 유입 방지 차원에서 약간의 턱(높이차)을 둔다.
이 로봇 청소기가...
현관 신발 벗는데만 가면 멈추지 않고 떨어져서...
올라 올 방법이 없다.
신발 주위를 빙빙 돌다...
배터리가 모두 방전되어서야 죽어버린다.
로봇이 청소할 때는...
그래서 반드시 쳐다봐야 한다.
꼭 딸래미가 학원가서 뭐 하나 배워와서...
부모나 친구들에게 자랑할 때 안보면 OO하듯이...
이 청소기도... 청소할 때 꼭 봐야 하고...
떨어지면 주어 올려야 한다.
또 뒤집어져 있으면...
배터리 떨어질 때까지... 계속 징징 거린다.
(한번은 지켜봤다. 3시간 징징대다...죽드라)
"강아지도 아니고 이거 뭐여?"
한가지 다행인 것은...
로봇이 청소한답시고 돌아다닐 때...
울 돐도 안된 딸래미가…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무척 좋아한다는 거다.
(청소기는 개가 아닌데...)
아버지는 그 로봇 청소기를 내게 주셨다.
청소를 하라고 주신 것은 아니고...
집안에서 가장 막내인 울 딸래미가 좋아한다는게 이유다.
그렇게 로봇 청소기는 우리집으로 입양됐다.
우리집에서 로봇 청소기를 작동할 때는 항상
현관 주위를 책으로 높게 쌓았다.
당연히 현관쪽으로 떨어짐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나름 훌륭한 전략이다.
청소를 하기 전에 책꽂이에서 책을 쭈욱 뽑아다...
현관 문턱 주변에 쭈욱 쌓는다.
청소기 재롱이 중요한건지...
딸래미 재롱을 보고 싶은 건지... 어쩔땐 헤깔린다
(저걸 그냥 확~~ 뽀사버려?)
현관말고 복병이 하나 더 있다.
집집마다 쇼파의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
우리집 쇼파의 높이는 바닥에서 10cm 정도다.
짧은 다리가 쇼파 전체를 지탱하는 구조다.
그런데
이 청소도 잘 못하고... 시끄럽기만 한... 그나마 딸래미의 장난감으로 전락한 이 로봇청소기가
청소할 때마다 현관주변에 책까지 쌓아야 하는 불편을 초래하는 이 로봇 청소기가...
쇼파 밑으로 들어가 "낑기는..." 일이 발생했다.
한번 낑기면... 오도가도 못하고...
계속 징징거리다가...
뻗어버린다.
결론 : 로봇 청소기를 돌리려면...
  1. 현관 주위에 책을 주욱 돌려 쌓는다.
  2. 쇼파 다리에 책 두권을 바쳐 놓는다.
(이게 뭔 짓인가? 그냥 걸레로 닦고 말지...)
그나마 다행인건...
로봇 청소기가 애교라고는 눈꼽만치도 없어서...
딸래미를 위한 특별 이벤트를 하지 않는다.
딸래미의 관심이 확 떨어졌다는 얘기다.
그 이후로...
난 로봇 청소기를 보지 못했다.
마누라가 버렸는지... 문이 열린 틈을 타 집을 나간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그 토들러 딸순이가 벌써 고1이 됐다.
인민군이 무서워한다는 중2가 지났건만…
여젼히 고1 딸순이가 무섭다.
무슨 말만하면 코보다 입이 더 많이 튀어나온다.
한번 나온 입은 엥간해서 들어가지 않는다.
말이 샜다.
로봇 청소기는... 그렇게 입양됐고 그렇게 사라졌다.

마누라가 유통업계에 종사하다 보니...
김포 고촌읍에 가는 일이 많다.
새로 생긴 택지에 거대 물류센터가 생기다 보니
사람과 차가 많이 다니지는 않지만...
4거리마다 신호등은 박혀있다.
사람과 차가 없어 보통 점멸 신호만 들어왔었는데...
요즘은 신호등이 규칙적으로 작동한다.
4거리에 자리잡은 신호등은...
3방향에서 진입하는 차가 있건 없건 많건 적건간에...
지정된 시간만큼 켜지고 꺼진다.
동시에 작동하는 건널목 신호가 이미 off로 바뀌어도...
차량 지시 신호등은 꽤 오랜동안 바뀌지 않는다.
물류센터에서 좌회전 하는 차가 그 도로 물동량의 99%가 넘는데도
한번의 좌회선 신호로 빠져나가는 차량댓수는 10대가 고작일 정도로 시간이 짧다.
그리고 좌신호가 꺼지면...
그 4거리에는 아무도 지나지 않는다...
길이 막혀서 못나가는게 아니라...
불합리한 신호등에 막아서... 그래서 막힌다.
(한국 수출입 흑자가 최대란다.
그런데 흑자의 원인이... 수출이 많아서가 아니라
수입을 극도로 자제해서란다... 먹먹하다.)
여기 뿐만이 아니다.
500M 떨어진 4거리에서도 마찬가지다.
88번 도로로 진입하려면...
이 4거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아야 하는데...
그 짧디 짧은 좌회전 신호에 6대가 고작 지나간다.
덕분에 김포 고촌읍에서 88을 타려면...
30분은 족히 기달려야 한다.
모든 길은 뻥뻥 뚫려 있는데...
신호등이 차를 막아 세우는 꼴이다.
경찰이 없으니 불법 좌회전을 하면 안되냐고?
경찰보다 무서운 CCTV가 4거리에 달려있다.
비보호 팻말 하나 붙일 생각도…
좌회전 신호 주기를 조정할 생각도 없으면서…
CCTV는 재빠르게 달아놨다.
덕분에 모든 사람이 신호를 잘 지킨다.

로봇 청소기를 미워하는 이유는...
맨날 죽는데서 죽는다는 것이다.
몇번 죽으면 그 장소를 기억해서
맨날 죽는데를 안가면 되는데...그게 안된다.
아니다. 그걸 안하도록 만들어졌다.
청소가 끝나면 충전을 위해 지 집으로는 잘도 찾아서 들어가는데
맨날 죽는데는 찾지도... 기억하지도... 회피하지도... 않는다.
내가 이 4거리를 미워하는 이유는...
네갈래길중 한쪽 길에선 엄청 줄서서 기다리고 있고
나머지 3길에선 그 누구도 없는데도...
지 역할, 지 시간, 지 주기를 지킨다는 점이다.
좋다.
나머지 3거리에 차와 사람이 있건말건
지 역할, 지 시간을 지키는 거... 좋다.
(간혹 할아버지 할머니가 길을 건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내가 이 신호등을 미워하는 이유는...
나머지 3군데는 그렇다치고...
많이 밀려있는 한군데의 신호등 시간만 두배로 늘려주면
30분까지 기다릴 이유도 없다.
끽해야 2~3번만 기달리면 충분히 지나간다.

내가 로봇 청소기를 미워하게 아니다.
로봇 청소기를 그렇게 만든 놈이 밉다는 얘기다.
내가 신호등을 미워하는게 아니다.
신호등을 그렇게 조종한 놈이 밉다는 얘기다.
4거리마다 달려있는 그 수많은 CCTV는 벌금 부과용이다.
사람을 쓸데없이 피로하게 만들고
욱!!!하게 만들어...
사회 전체를 피로하게 만들어 규칙을 위반하게 하고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범칙금을 부과하는 용도다.
그게 아니라면... 아니라는 이유를
말이 아닌 신호등의 주기, 시간 등의 소통량 개선율로 말해달라.
사람들을 쓸데 없이 피로하게 만들면...
피로도는 폭력을 수반한다.
차가 많아서 밀린게 아니라
신호조정을 안해서 30분 이상 길바닥에서 늘어선 사람은…
반드시 과속으로 응답한다.
과속을 해야만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받는다.
과속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누구도 계산하지 않는다.
산업사회에서 피로해진 사람들에게 “욱!!!” 하지 말라고 캠페인도 벌이는 지금이다.
물론 ... 욕만 하고 픈건 아니다.
경찰이 신호등과 관련하여 그간 칭찬하고픈게 있다.
"좌회전 후 직진" 신호 순서를 "직진 후 좌회전"으로 바꾼거다.
딱 하나다. 칭찬하고픈게...
문제는 딱 하나인게 문제라는 거다.
많은 노력을 한거 안다.
그래서 억울하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 머리속에 기억나는 건 이거 하나이고...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 만든 (당신들은 노력해서 잘 만든... 그러나 내가 욕하는 그 억울한) 시스템에...
어제도 오늘도 내가 욕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일은 욕을 하지 않게 해주기를 바란다.
진심이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
이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요즘은 기계도 학습을 하는 시대다.
그런데 인간은 학습을 하지 않고...
자기가 할 바를 다 했다고 뻔뻔하게 말하고 있다.
로봇청소기를 현관에 꼴아박게 만들고...
로봇청소기를 쇼파에 낑기에 만든 놈들도...
자기가 할 바를 다 했다고 말했었다.
(요즘 청소기는 다 개선됐다. 신호등만 그대로다.)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한다.
주변을 좀 살펴야 한다.
20년전에는 그래도 됐었겠지만...
지금은 주변을 살펴야 한다.
"사람들 피로하지 않게 신호등 관리 좀 잘해라..."라고 말하지 않겠다.
"사거리 신호등은 3주기내에 무조건 소통하라..."라고
그대들의 규정, 시행규칙에 넣어달라고 말하겠다.
시민들의 목소리도... 그가 구체적이지 않았다. 추상적이었다.
우리 시민들도 좀 구체적으로 바뀌자.
"우리의 교통 수단... 아무리 막혀도...
신호 3번만 기다리면 무조건 빠진다..."는 상식을 심어달라.
"공무원도 이렇게 로봇 청소기 만들면... 짤른다"는 상식을 심어달라.
이게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