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프랑스 영화를 봤었다.영화 제목, 내용은 모르겠고...
극중 인물이 쓰는 방에...
한쪽 벽면을 꽉 채운 책상이 눈에 들어왔다.
그냥 넓은 판 하나가...
방 한 면을 다 채웠으니...
3m는 족히 넘었을 꺼고...
책상 중앙에 책상 상판을 떠 받히는 서랍장이 있었고...
양쪽 끝 벽에... 각목으로 붙인 후...
상판 끝을 피스로 박은...
정말 간단한 구조였다.
나도 해보고 싶었다.
나도 해보고 싶었다.
나도 해보고 싶었다.
나무 DIY에 도전을 해보고 싶었는데...
사실 나무 DIY는 가죽, 전기/전자, 기계, 자전거, 제본 과는 다르다.
우선 크기가 다르고...
먼지의 양이 많으며...
엄청난 공구와...
작업할 공간...
나무 목재를 실어나를 차가 있어야...
가능한 DIY다.
후배가
대신특수목재 사이트을 알려주고...
나무를 골라줬으며...
dewalt saw도 빌려줬다.
나름 설계도도 그려봤다.
이제 달리는 일만 남았다.
토요일 아침... 인천 가좌동으로 달렸다.
토요일은 아침 9시부터 정오까지만 영업한단다.
재고는... 어제 확인했다.
카드도 받는 단다... 땡큐다.
맥쓰는 사람은... 카드가 되는 사이트보다 카드가 되는 가게가 좋다.ㅎㅎ
아침 9시 도착하면 왠지 문열기만을 기다린 덕후같이 보일까봐...
9시 10분에 도착했다.
나무를 주문했다.
(덕후는 덕후였다.)
책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4장이면 충분했는데...
그냥 7장 샀다.
우선 집에서 여기까지 거리가 30km라서
기름값과 차비, 시간이 아까운 것도 있었지만...
나무가 맘에 들었다.
그래서 3장 더 샀다. 가격도 착했고...
나무 길이가 3.6m라서 내 차에는 안 들어가기에...
준비한 dewalt jig saw로 3.05m 책상 길이로 4장 짤랐다.
(목재소 앞에 구매한 사람들이 알아서 나무 자르는 공간이 왼쪽에 준비되어있다. 고맙ㅎㅎ)
4장을 차곡히 놓으면... 18.4mm * 4 ea = 73.6mm이므로
4장을 횡으로 받쳐줄 나무는 73.6mm로 3장 짤랐다.
총 7장의 나무를 잘라서...
차에 넣었다.


트렁크 유리를 열지 않고도...
차곡히 잘 들어간다... 기쁘다.
집에 도착했다.
집까지...
나무는 그리 무겁지 않았지만...
길이가 길어서 그런지... 두장씩 움직이기는 불편했다.
차에서 한장씩 꺼내서... 한장씩 이동했다.
엘리베이터에 넣으려고... 대각선 방향으로 넣는데...
ㅠㅠ
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집 엘리베이터의 대각선 최대 길이는 2.7m였다.
내가 필요한 책상용 나무 길이는 3.05m인데...
별 수 없다.
직접 들고 올라가는 수 밖에...
(참고로 우리집은 14층이다.)
한 장을 들었다.
반 층을 올라가서... 180도 회전한 후...
다시 반층을 올라가면 된다.
이렇게 13번 반복하고...
나무가 총 7장이니...
13번씩 6번 더 반복하면 된다.
13 * 7 = 91... 총 91층이다.
큰 호흡이 필요했다.
한 장을 들었다.
그리고 반층을 올라갔다.
180도 턴을 했다.
턴이 안된다.
너무 길어서... 여기저기 걸린다.
아... 나무 흠집나면 안되는데...
가까스로 도는가 싶은데...
천장에 걸리는가 싶으면...
여지없이 바닥에 걸린다.
한번의 턴도 어렵다.
'나무를 자르자. 뭔 나무를 이리 길게 써....
프랑스 영화에서도... 잘 안보여서 그렇지.. 중간에 아마 짤려있었을 꺼여...'
스스로를 타협해봤다.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다.
하늘을 봤다.
파랗다.
내 눈은 ...
노랗다...
머리를 굴렸다.
나무를 들고 계속 턴을 하는건 여기저기 걸리고 너무 힘들고...
또 나무도 상하고...
못 하겠다.
머리를 굴렸다.
'나무를 턴하지 않고 올라가는 방법이 없을까?'
아...! 있다.
계단 올라가는 손잡이 옆에
약 10cm의 공간이 수직으로 뚫려있다.

나무를 손잡이쪽 작은 통로에 끼어넣고...
수직으로... 긁히지 않게... 수직으로 밀어올렸다.
어느 정도 올리면...
계단에 살짝 낑겨 놓고... 재빨리 반층을 올라갔다.
그리고 또 수직으로 나무를 올리고...
계단에 살짝 걸쳐놓은 후...
또 재빨리 반층을 올라갔다.
된다.
되긴 된다.
되긴 되는데... 죽고 싶다.
되긴 되는데... 죽고 싶은데... 14층이다.
그렇게 26번 반복해서...
간신히 도착했다.
달랑 1개가...끝났다.
아직 6개 남았다.
달랑 1개 올리는데... 10분 걸렸다.
아직 60분 남은거다.
노가다 십장 아저씨가...
초보 노가다가 오면 항상 하는 얘기가 있다.
"야!... 계단 올라가는데... 층수 세지 마라.
어차피 100층이든 200층이든...
우리 퇴근은 5시다."
맞다. 시간을 재는게 의미없다.
어차피 7개 모두 다...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
11시에 시작했는데...
그래도 정오전에 끝났다.
하나를 해보니...
요령이 생겨서...
반층마다 올리는게 아니라...
길이가 워낙 길어서 1개 층마다 올려도 되는걸
체득했다.
어쨌든...
기쁘다.
나무 7장을 짜르지 않고 모두 14층으로 올렸다.
이제 책상만 조립하면 된다.
책상 만들기
책상 중앙을 지지해 줄 하부 프레임이 필요하다.
(책상에서 제일 중요하다.)
나무로 짤까도...생각해보았지만...
IKEA에서 봐둔게 있어서... 그걸 샀다.
(지금 해놓고 나니... 정말 좋다. 강추다.)

melltorp라는 책상인데...
상판과 하부 프레임을 따로 판매한다.
이케아에서는 1개의 세트 물건을 팔더라도
부품별로 품목을 따로 관리하면...
부품 판매도 가능하다.
(사실 매장 쇼윈도우만 돌아다녀서는 이런거 알기 힘들다...
1층 진열대를 돌아다니면... 부품별로 파는걸 알 수 있다.)
흰색 철제 프레임인데...
우선 튼튼하고... 내가 원하는 크기가 딱 맞다.
게다가 가격도 착하다.
35,000원.
주저하지 않고 샀다.
(Tip 이케아 제품을 조립하다보면, 방향에 주의해야 한다.
메뉴얼에 방향 주의를 넣어줄 만도 한데...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일부러 힘들게 조립을 유도하는 느낌이다.
그래야 조립 성공의 성취감이 올라가니 말이다...)
아울러 3.05m 양쪽 끝을 지지해줄 책상 받침대 4개도 샀다.
1개 3,500원 * 4ea = 14,000원
(이 다리는 방향이 없다. ㅎㅎ)

合 : 49,000원
프레임을 조립하자.

이케아... 참 대단하다.
철과 알루미늄 조인트...로 강력하게 체결한다.

나무 4장을 프레임 위에 올렸다.
위치를 잡고...
나사 뚫을 위치도 잡고...
횡으로 잡아줄 나무도 위치를 표시하고...
끝났다.

레이저자...
보쉬에서 나온 45m까지 측정하는 정밀 scale이다.
가격은 좀 한다.
하지만... 정말 편하다.
그리고 작업 시간을 엄청 줄여준다.
(아마 이거 없었으면... 아직도 작업중일꺼다.ㅎㅎ)
(예전 직장 老선배님이 항상 말씀하셨다.
允!... 시간을 아끼는데 비용을 아끼지 마라. 시간은 유한하다.)

처제가 휴가갈 때 잠시 맡겨놓은 고양이가...
나에게 작업 지시를 한 후, 디비 누워 자고 있다.
(처제는 한달 넘게 고양이를 찾아가지 않고 있다. 털로 인해 목이 간지럽다. ㅎㅎ ㅠㅠ)

대패가 없어서...
나무간 틈을 메꾸지 못했다.
별 수 없이... 끈으로... 최대한 쪼여서...
틈을 메꿨다.

방이 엉망이다.
책상 넣는다고... 쑤셔박은 짐들을 죄다 꺼내놨더니...
가관이다.
(이때가 오후 4시 50분이다.)
그로부터 5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작업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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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렇게 바뀌었다.

5시간동안 뭘 했는지는 묻지 말기 바란다.
피스만 100개 박았다.
(피스가 싸서 좋기는 한데... 나무 상판을 강력하게 고정은 못한다.
나무 고정용 너트/볼트가 적어도 4줄은 필요하다. 비싸니까...ㅎㅎ)
그냥 피스를 때려 박으면...
왠만한 나무는 다 터진다.
안 터지게 하려면...
피스의 절반 굵기의 드릴로 미리 구멍을 뚫어야 한다.
드릴 구멍만 100개 뚫었다.
38mm 피스 50개 1천원...
100개 2천원... 피스 값만 2천원 들었다.
그리고 끝났다.
Ver 1.0이 끝났다.
내 방도 30년전에 봤던 그 프랑스 방이 됐다.
30여 년만에 꿈을 이뤘다.
정말 기쁘다.
결산
총 작업 시간 : 13시간
1. 운전- 나무 구매 (인천 왕복 60km) : 1시간 40분
- 프레임 구매(광명 왕복 60km) : 3시간
2. 나무 이동
- 1층 --> 14층 : 1시간
3. 나무 절단 : 2시간
- 3.05m였는줄 알았는데... 벽이 사다리 꼴이어서... 3.03m로 전부 재조정
- 횡판 4개
- 울 딸래미가 톱밥을 진공청소기로 땅기느라... 제법 고생했음(5천원 줬음)
4. 드릴 구멍 : 100개 3시간
- 정말 예상치도 못한 엄청난 일들이 기다리고 있음 ㅠㅠ
- 위치도 잡아야 하고...
- 나무 구부러진거도 잡아야 하고...
- 틈새도 잡아가며...
- 정확한 깊이로 찔러야 한다.
5. 피스 : 100개 1시간
6. 책상 다리 조립 : 4개 : 20분
총 비용 : 96,000원
1. 나무 4장 : 45,000원2. 피스 100개 : 2,000원
3. 프레임 : 35,000원
4. 책상 받침대 4개 : 14,000원
제작 후기...
가장 힘들었던 점...- 맘먹기가 가장 힘들었음
- 두번째로... 14층까지 손수 들고 올라가기가 정말 힘들었음.
- 전기톱과 전자자는 필수임. 없으면 적어도 2배 더 소요.
- 대패가 필요함. 아무리 나무가 좋아도... 많이 휘어있음. 대패만 있었어도... 책상 사이가 뜨지는 않았을텐데...ㅠㅠ 많이 아쉬움.
만족도 : 100%. 3m 통으로 된 책상은 의외로 좋음. 원목이라 더 좋음. 조만간 밀랍 코팅 예정.
Ver 2.0을 기획중...

- 남은 나무로 'ㄷ'字形 으로 꾸미고...
- 선반을 벽에 고정할 예정.
- 짜투리 나무로 갖은 악세서리를 만들어서... 책상에 고정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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