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7

002. [DIY] 벽에 선반을 달다.

벽에 선반을 달다.

책상

어쨌든… 나무를 사왔다.
긴 나무 통으로 쓰려고...
자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지 않아서…
갖은 고생을 다해가며…
내 방으로 가져왔다.
그렇게 14층을 올라온 나무는 총 7장이다.
돌아보니 뿌듯했지만… 사실 미친 짓이다.
책상은 만들었다.
나무 4장을 차례로 옆으로 놓고…
철로 만들어진 이케아 책상 하부 철 프레임에 올렸다.
그리고 마구 피스질을 했다.
3M 책상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쓰리엠이 아니다. 3미터다.

이젠... 선반이다.

남은 나무 3장은 선반용이다.
이케아에서 선반 블라켓 4개를 사다가
벽에 칼블럭을 대려 구멍을 내려했는데…
석고 보드다.
퉁퉁 쳐보니… 석고보드와 시멘트 벽까지 거리가 가까운 듯하다.
그냥 구멍내고... 좀 긴 칼블럭 끼면 될 듯 하다.
그래도 확인차 작은 구멍을 내고…
송곳을 디밀어봤더니…
무려 5cm다.
내 '~~~듯'은 썩었다.
이 정도 깊이면… 선반은커녕 풍선도 못 올린다.
낭패다.
전면은 전체가 다 창틀이다.
문이 왼쪽으로 열리기에 왼쪽면에 선반을 올리려면 문길이 만큼 빼야 한다. 또 부딪치지 않게 하려면 높이의 제약도 있다.
문열고 오른쪽 면은... 붙박이 장이다.
선반을 올리려면 공간상의 제약도 없고... 길이도 3.1m로 만족스럽고...문열면 시원하게 보이는... 하나 남은 面인데... 하필이면 석고보드다.
이제 남은 건 머리다.
머리를 굴려보자. 분명히 방법이 있을꺼다.

고민


석고 보드를 뜯자.

마누라한테 물었다.
“나 말이야... 저 방 석고보드... 깬다?”
반대를 할 줄 알았는데…
돌아온 대답은 나름 긍정이다.
“석고 보드를 댈 만한 이유가 있었을꺼야…”
부정을 했다면…밀어부칠려 했는데…
부드럽게 '원인-결과론'을 들고 나온다.
밀어 부치고 자시고가 없다.
내 계획이 서 버렸다.
실패다.
고수다.
저 여잔… 내가 이길 수 없다. 아직은 말이다… 두고 보자…

ALGOT

벽에 구멍을 낼 수 없다면…
기둥을 세우면 된다.
마침 IKEA에 이런 시스템이 있다.
“벽에 구멍을 내지 않아도 돼요…”
38/58cm의 발판에…(1/2만원)
96/194cm의 4각 기둥을 세워서…(1.5/2만원)
18/38/58cm의 브라켓을 설치하여…(2,500/5,000/7,500원)
선반을 올리면 된다.
나무를 수직으로 이등분한 모양이다.
선반을 3개 올린다면…
종류 | 갯수 | 단가 | 금액
--–-|––-|––-|––-
58cm 발판 | 1개 | 2만원 | 2만원
194cm 기둥 | 1개 | 2만원 | 2만원
18cm 브라켓 | 3개 | 2,500 | 7천5백원
헐… 기둥 1개당 47,500원이다.
선반의 길이가 3m이니까…
기둥이 4개 필요하다.
19만원이나 든다.
거기에 나무 3장이면 3.3만원이니…
선반 하나 만드는데…
총 22.3만원이 든다.
고민이다.
이건 실패다.
돈이 없다.
아니 돈을 떠나서 마누라는 화를 낼꺼다.
고수다.

아… 이건 아닌데…

알고트 시스템은 너무 비싸다.
그렇다고 알고트를 대체할 방법은 없다.
다소 무식하고…
바보스런 풍경이지만…
방법은 있다.
알고트는 철제 사각 기둥 하나가 모든 하중을 받는 구조이지만…
내가 아무리 기계과를 나왔다고 해도…
내가 철을 주물럭거려 원하는 구조물을 만드는건
가능/불가능을 떠나…
돈이 더 든다.
알고트가 하나의 다리라면…
난 두개의 다리로 가면 된다.
그럼 벽쪽에 있는 다리는 뭐… 책상을 벽에서 약간 거리를 둔다 치고…
책상 상판에 막혀있는데 이건 어쩔 셈인가…?
설마… 구멍을 뚫는건 아니겠지?
항상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벽면과 책상을 관통하는 위치에 구멍을 뚫어 기둥을 바닥면까지 내려 하중을 받게 하고
그 위에 선반을 올리는 구조다.
물론 책상에 구멍(38*38mm)을 뚫어야 하고
책상을 쓸 때 항상 기둥을 보며 써야 한다는 불편이 있다.
SPF 구조재 3.6m(38*38mm)가 3,400원이고…
이 나무 한자루면 기둥 하나이니…
총 4개로 13,600원이면 된다.
금액도 좋고… 다 좋은데…
안 이쁘다.
그리고 책상에서 기둥에 걸릴 때 마다
신경질 날께 뻔하다.
이 방법 또한 마누라가 반대할 꺼다.
멀쩡한 책상을 못 쓰게 도려냈다고.
실패다.
고수다.
저 여잔 무슨 이유를 들더라도 반대할 꺼다.
반대를 묵살할 정당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 방법

현재까지는 이 생각이 마지막이다.
며칠동안 더 생각을 하면 좋은 수가 나오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이 방법이 최후의 수단이다.
석고보드와 시멘트 벽까지의 거리가 약 5cm라는 점을 곰곰히 되씹어 봤다.
그렇다.
1.
석고보드를 다 뜯지 말고…
브라켓을 설치할 부분만 석고보드를 도려낸다…
도려내어 드러난 벽에 구멍을 뚫고…
칼블럭을 끼우고
브라켓을 설치할 나무(1.3M*38*38mm)를 벽에 고정시킨다.
2.
석고보드를 오려내고 나무가 박힌 부분을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기 위해…
남아있는 도배지를 감쪽같이 티안나게 붙여서
마누라가 절대 모르는 완전 범죄를 이룬다.
3.
브라켓은 이렇게 벽에 박아놓은 나무에 설치하고…
4.
3m 선반을 올린다.
그럼 끝…!!! ㅎㅎㅎ
이렇게 할 경우, SPF 구조목 2장(7천원)과
칼블럭(긴거 20개-이미 보유)가 필요하다.
이번 주말까지… 더 생각을 해보고…
더 좋은 방안이 없다면…
토요일… 나무 사러 간다. 인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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