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받침대
어떤 취미든 간에 초기에는 마음이 들 뜰 만큼 재밌다.
흥미롭고, 기다려지고 설렌다.
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켤 때 은은하게 퍼지는 휘튼치드 향은…
여자 인간을 좋아하며 때로는 가슴 아팠던 풋시절에
여자 인간에게서 풍기는 향기를 맡을때 만큼 설렌다.
톱질은 그녀를 만나는 설렘이다.
힘들지만 전동톱을 쓰지 않는 이유다.
가죽 공예의 수많은 단계 중에 제일 재밌는 부분은 바느질이다.
한땀 한땀
무언가 내 손에서 조금씩 만들어진다.
5cm 전진하는데 보통 5분 걸린다.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
간혹 바늘이 내 살을 찌르고 들어오는 아픔도 이길 만큼
바느질은 재밌다.
바느질은 재밌다.
바느질이 끝나고
완성물을 보고 있노라면
딱 힘들었던 만큼만 성취감이 올라온다.
깔끔한 바느질과 끝 마무리,
오차없는 설계와 실수 없는 재단, 마무리에 스스로 감탄하곤 한다.
이런 감탄이 반복한다.
그런데 허무함이 있다.
맘에 드는 디자인에 깔끔한 커팅, 실수없는 바느질과 마무리를 했는데도…
허전함까지 생긴다.
| 옆에 누가 있는데도 허전함을 느낄 땐 정말이지 정말 허전하고 허무하기도 하다. 그리고 옆에 있는 그분께 정말 미안하다.
왤까?
그건 핵심이 아니라는 얘기다.
핵심을 찌르지 못하니 허전함이 남는다.
그렇다면 가죽 공예의 핵심이 뭘까?
모든 답은 질문에 있고, 제목에 있다고 했다.
나무 공예
가죽 공예
철 공예
제본
철 공예
제본
…
맞다.
재료다.
나무 공예의 핵심은 좋은 나무에 있고
가죽 공예의 핵심은 좋은 가죽에 있다.
맛난 요리의 핵심은 당연히 좋은 재료다.
재료가 좋으면 맛은 배신하지 않으며
비록 실수가 있다 하더라도 만회가 가능하다.
기술과 기교는 그 다음이다.
기술과 기교가 어느 수준에 도달했는데도 허무함이 떨쳐지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재료다.
다행인건 비로서 본질에 접근했다는 뜻이다.
인간 세상에 견주어 보면
가장 중요한 게…좋은 사람이다.
주변과 관계가 핵심이 아니라는 얘기다.
핀란드산 소나무 레드파인을 쓰다듬고 있노라면…
풋청년의 설레임이 있다.
좋아하면 할수록 좋은 향이 방안에 가득 채워지며…
쓰다듬고 예뻐할수록 매끄러운 표면이 나를 껴안는다.
그렇게 설레이고 입가엔 미소가 진다.
맞다.
재료가 핵심이다.
재료에 대해 아는게 없어도 좋은 건 저절로 느낀다.
난 주말 목수다.
토요일 아침 8시면 차를 몰고 인천 대신특수목재로 간다.
31km다. 왕복 62km, 5리터, 6천원.
톨게이트 통행요금은 900원 + 500원이다. 왕복 2,800원.
차비만 9천원이다.
거기엔
만나고 싶은 사람과 나무가 있다.
각재도 샀었다.
판재도 샀었다.
합판도 샀었다.
이번 주는 집성목이다.
1.
작년 스프러스 판재 4장으로 만든 3m짜리 책상을 집성목으로 바꾸려 한다.
이 책상이 나빠서도... 맘에 안 들어서도가 아니다.
맘에 든다. 다만 나무를 너무 몰랐다.
판재 4장 옆면을 판재끼리 고정했어야 흔들림이 없는데...
난 그냥
책상 프레임에 고정하면 흔들림은 없을 줄 알았다.
책상 프레임에 고정하면 흔들림은 없을 줄 알았다.
나무 두께도 18mm니까…
흔들림은 잡아주리라 예상했다.
2.
당장 스프러스 나무가 필요한데…
새로 사기 보다는
기존 책상 상판을 집성목으로 바꾸면서
새로운 나무(집성목)도 경험하고...
기존 책상 상판을 집성목으로 바꾸면서
새로운 나무(집성목)도 경험하고...
스프러스 재활용도 노렸다.
목재는 버릴게 없어 그래서 좋다.
다만 집성목의 최대 길이는 2.4m다.
3m인 책상이 다소 짧아지기는 하지만
현재 ‘ㄴ’자 책상 구조를 ‘ㄷ’자로 바꾸면서 모자라는 길이를 메꾸려한다.
책상을 ‘ㄷ’자 형태로 놓고…
책장도 세로 ‘ㄷ’자로 두어서(이렇게 말이다.)
아늑하고 외세의 침략에 대해 간섭이 적은
나만의 공간을 꾸미려 한다.
애쉬와 스프러스 집성목을 3장 샀다.
길이 2.4m, 폭 30cm...
나무 한 장 가격은 평균 2만원 정도다.
3장을 나란이 붙이면 90cm 폭이 나온다.
사무용으로 쓰는 책상의 세로(깊이)은 보통 65cm이다.
90cm면 상당히 넓이다.
집성목을 3장 사서 나오는데…
짜투리 나무가 제법 보인다.
대신특수목재에서는 짜투리 목재를 누구나 가져가도록 외부에 둔다.
물론 무료다.
집성목을 길게 자르고 남은 가로세로 2cm정도로 길이는 2.4미터다.
제법(12줄) 챙겼다.
발 받침대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
발 받침대야 뭐… 금방 뚝딱 끝날 것 같으니…
책상보다 발받침대부터 우선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