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디지털 목수(를 지향한)다.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주말 디지털 목수다.
주말에만 활동하니까…
나무를 자르거나 켤때 나는 향내는…
힘든 톱질을 상쾌하게 바꿔주며…
그 어떤 향수보다 향기롭다.
문제는 톱밥이다.
톱질할 때 나오는 톱밥의 크기는 커피 알갱이만큼 커서 괜찮은데…
문제는 사포질할 때다.
너무 잘아서 보이지도 않는다.
특히 오비탈 샌더로 나무 표면을 다듬을 때 뿜어나오는 나무 먼지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고양이 털보다 더 넓게 전파된다.
물론 오비탈 샌더에는 자체 집진기가 있다.
그 집진기로는 출력의 한계가 존재하기에…
여름이 아닌 겨울에 작업하는 목공은
사람을 귀찮게 한다.
그래서 출력이 강력한 유선 청소기를 오비탈 샌더에 연결하려고 청소기 흡입기를 분리했다.
오비탈 샌더의 흡입구는 동그란데…
유선 청소기의 흡입구는 약간 사각지다.
이런…
에고…
이 세상은 정말 쉽게 지나가는 법이 없다.
이젠 분리가 아닌 분해가 필요하다.
청소기 손잡이와 파이프를 연결하는 브라켓을 분해했다.
이렇게 생겼다.
헐…
간단하다.
간단해도 너무 간단하다.
파워 On/Off 스위치가 손잡이에 달려 있는데…
본체랑 연결하는 전선이 없다.
이상하다.
이상한 예감이 든다.
C4+C4=C8
7년전이다.
원래는 이 청소기를 사려고 했던게 아니다.
마누라가 다이슨 청소기를 산다고 했었는데…
이 놈을 덜컥 샀다.
Electrolux 제품이다.
뭐 청소가 잘 되고, 먼지가 안 나온다나… 뭐 어쩐다나…
“이게 다이슨이냐? 다이슨 이름이 바뀐거야?”
“아줌마들이 이게 좋데… 아래집 안 시끄럽고 미세 먼지가 도로 튀어나오지 않는데…”
“그렇다고 미제를 사냐? 미제가 좋았던 때는 다 지났는데 미제를 사냐?
“그래? 미세 먼지가 안나온데… 댓글이 아주 좋더라구…”
스웨덴의 대표적인 기업인 일렉트로룩스(Electrolux)는
1910년 설립된 일렉트로메카니스카(Elektromekaniska)사와 룩스(Lux)사가 1919년여 합병하여 가전 및 업무용 전자제품 전문 기업
1919년에 세계 최초로 진공 청소기를 개발한 회사
그래서 미제가 아니라 스제임.
산지 1년만에 손잡이 스위치가 고장이 났다.
버튼을 눌러도 반응이 없다.
빨리 AS를 받으라고 종용을 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더라…
“무상 AS받으려면 빨리 가서 고쳐라”라고 얘기했건만…
그렇게 5년이 지났다.
그 사이 청소기 헤드 플라스틱도 뿌러져서…
자전거 브레이크 케이블로 감아 고정해 놓은지도 3년이 넘어간다.
청소는 거의 내가 하는데…
청소기 스위치를 On/Off할 때마다 멀미가 났다.
코난의 발가락 신공을 펼치든가…
아니면 고개를 매번 허리를 숙이고 버튼을 눌러야 하기에 그렇다.
참다참다 못해
날씨도 엄청 더운데…
그리도 무더웠던 작년 여름에...
동네에 있는 AS 센터에 갔다.
일렉트로룩스는 대우전자서비스와 AS를 협업한다.
차도 없는데…
(차는 마누라만 쓴다. 난 자전차만 쓴다.)
그 무거운 청소기를 들고…
그 긴 청소기 헤드 파이프를 끼고…
쪽팔리게 버스를 타고 갔다.
집에서 10분 정도 거리여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게 상식이지만…
청소기의 무게와 기럭지가 감당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고 갔다.
번호표를 뽑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차례가 됐다.
그리고 스위치 고장과 헤드 플라스틱 고장 사항을 전달했다.
답이 왔다.
답이 왔다.
“18만원 드는데 고칠까요?”
C4+C4=C8
무상 수리기간은 이미 끝났고,
오로지 자가 부담으로만 수리가 되며,
스위치 고장은 본체와 어셈블리된 한 쌍이기에
몸체꺼도 같이 교체해야 한단다.
그리고 헤드 플라스틱은 교체를 해야 하는데
현재 재고가 없고
앞으로도 재고가 없을 것 같단다.
C4+C4=C8
18만원이면 하나 사는 가격이다.
성질을 왕창 내려 했으나…
이미 7년 가까이 썼고…
이젠 다이슨 무선 청소기를 사려고 맘을 먹었기에…
참고참고참고참고참고참고참고참고참고참고참고참고참고참고
나왔다.
또 그 무거운 청소기를 들고…
버스 정류장까지 끌고 가서 버스를 탔다.
무료 버스 환승은 30분까지인데…
C4+C4=C8
내린지 35분이 넘었다. 5분 초과다.
1,250원이 또 들었다.
C4+C4=C8
마누라한테 전화를 걸어 승질을 내고…
한바탕 잔소리를 퍼부었다.
‘다시는 미제를 사지말라’
마누라한테 확약을 받고서 버스에서 내렸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어랏! 왜 스위치 전선이 안보이지?”
“무선인가?”
무심코 그렇게 5분이 지났다.
갑자기 팽~~~하고 하나의 생각이 치고 지나갔다.
‘무선?’
‘그렇다면 밧데리?’
청소기 스위치를 째려봤다.
하단에 역시 홈이 파져있다.
도라이버로 낑궈서…
뽑았다.
역시 밧데리(CR2032)가 있다.
갑자기 욕이 떠올랐다.
‘저 밧데리 전압이 거의 없다면?’
C4+C4=C8
역시나… 0.05V다.
비록 중공산이지만 CR2032 비축(5개 2,500원)한게 있어서… 뜯었다.
난 참 대비가 튼실하다.
그리고 쟀다.
그래… 이제 껴보자.
설마… 설마… 아니겠지?
웽!!!
C4+C4=C8
된다.
5년 넘게
본체의 스위치를 켜느라 멀미나게 머리를 돌리고…
발가락을 손가락 삼아 켜(On)고 끄(Off)고 했는데…
뭐 18만원?
본체랑 어셈블리라고?
그래서 같이 교체해야 한다고?
그런데 난 어떻게 500원에 고쳤지?
내가 신이야?
그런데 난 어떻게 500원에 고쳤지?
내가 신이야?
신이 맞다. 왜냐면 신이나니까...
C4+C4=C8
- 그 수리센터 직원은 배터리의 존재를 몰랐던거야?
- 알았다면 왜 18만원을 외친거야? 돈이 탐이나서?
- 수리하기 어려운 금액(18만원)을 제시해서 청소기를 두고 가면 재활용해서 팔려고 했나?
- 하고많은 금액중에 왜 18만원일까? 욕하기 좋아서…?
- 믿기는 싫지만, 고객 응대 메뉴얼일까?
몰랐을리 없다. 어셈블리라고 얘기까지 했다.
500원짜리 밧데리 하나로 끝날 껄 18만원을 받아서
17만9천5백원을 착복하려 했나?
17만9천5백원을 착복하려 했나?
아니면 청소기를 버리라고 종용을 하거나 그게 메뉴얼인 거다.
이틀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흥분된다.
누구의 문제일까?
일렉트로룩스일까?
동부대우전자서비스일까?
AS직원일까?
목공에 전해오는 명언이 있다.
“한번 보고 절단하지 말고…두번 보고 절단하라.”
이번주말까지 생각을 정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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