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반 추가하기 - 벽장編
이 집에 이사온지는 꽤 됐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마누라가 결정하고…
마누라가 계약하고…
마누라가 인테리어하고…
마누라가 이사 날짜 잡아서…
그렇게 이사온 집이다.
마누라가 얘기없이 저지르는 타입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내가 너무 무관심했다.
퇴근하고 나름 일찍 집에 들어온 어느날...
마누라가 여행용 가방을 싸고 있었다.
‘나 몰래 여행가나보다’하고 넌지시… 다소 삐친듯이 물었다.
“어디 (여행이라도) 가(나보지)?”
“뭔 소리래? 내일 이사가니까 귀중품 챙기는 거쟎아?”
하마터면 죽을 뻔 했다.
그렇게 이사를 했다.
| 부랴부랴 월차도 냈다. 그분 모르게...
7단지에서 6단지로 이사하는 거라서
이동하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바로 길건너니까…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몇동 몇호인지 몰랐다.
하마터면 죽을 뻔 했다.
그렇게 (잠자코) 이사를 했다.
최근 취미가 목공이고…
나름 시간이 있어 집 내부 불편하게 있나 없나 여기저기 둘러보던 차에…
벽장이 눈에 들어왔다.
청소기류, 의약품류, 바느질도구, 에프킬라, 각종 小도구 등을 넣는 벽장인데…
선반이 1단으로 되어 있어 필요한 물건을 빼려면
정리를 했지만 그래도 엉켜있어 많은 물건을 들어내야만 원하는 물건을 찾는다.
꽤 불편했는데도 그냥 불편한데로 살았다.
사다놓은 나무가 제법 많이 있고…
게다가 목재소에서 주어온 나무도 꽤 되고…
공구 모으는게 취미인 내가
선반하나 만드는 공구는 필요 이상으로 갖추고 있으니…
실행만 하면 된다.
그래 까짓꺼 한번 해보자.
1. 설계도
뭐… 설계도랄 것도 없다.
하단에 놓여있는 청소기의 높이가 1단이다.
상단은… 350mm로 잡았다.
A4지가 세로로 충분히 들어가는 높이다.
2. 벽에 구멍 뚫기
칼블럭 제일 작은 거(6mm)를 박을꺼니가…
시멘트 드릴비트도 6mm 짜리로 구멍을 뚫으면 된다.
1994년도에 지은 아파트라서… 구멍뚫기 정말 힘들다.
| 시멘트는 오래될수록 경화되어 엥간한 드릴과 힘으론 어림없다.
막힌 공간인데다가 고막이 파열될 정도의 엄청난 소음이어서…
인이어 이이폰을 귀에 꼽고 뚫었다.
소음 차단, 죽인다.
칼블럭을 꽂고…
망치로 때리면 끝.
벽 고정할 나무를 재단하고 구멍뚫어, 칼블럭에 맞추면 끝.
하단 왼쪽 완성!
하단 오른쪽도 완성!!!
| 추가로 전기 연장선을 걸어둘 철제판을 붙였다.
이제 선반에 쓰일 나무를 짜를 차례다.
이 벽장의 폭은 663mm
나무는 골만社의 스프러스(195mm, 두께 19mm)를 사용했다.
스프러스의 장점은…
- 원목이면서…
- 저렴하고…(3,600mm에 1만원)
- 가공이 매우 쉬우며(톱으로 잘 썰림)
- 나름 단단하여 엥간한 하중에도 휘지 않음.
- 마지막으로 원목 향이 좋음.
663mm 길이로 잘랐다.
아래쪽 나무에 구멍이 여기저기 많이 뚫려있는 이유는…
예전 책상 만들때 하부를 받쳤던 나무를 재활용했기에 그렇다.
(원목은 이런게 좋다. 얼마든지 재활용이 가능하다.)
벽장안에 밀어넣었다.
오~~~! 안성맞춤
| 실은… 660mm다.
| 우리가 알고 있는 벽은 정육각형이 아니다.
| 예상보다 엄청 삐뚤빼뚤하고 휘어져있다.
| 직각인 곳보다 아닌 곳이 훨씬 더 많다.
(그래서 벽에 고정하는 나무를 자를때는 꼭 실측을 해야 들뜨지 않는다. 휴~~)
이렇게 선반 3단을 올리기 위한 벽고정용 나무를 다 박았다.
아래 전동공구는 내가 정말 아끼는 놈들이다.
왼쪽은 드릴이고, 오른쪽은 임팩트 드라이버다.
한 놈은 구멍을 뚫는 용도이고, 다른 놈은 나사를 조이거나 푸는데 주로 사용한다.
| ‘드릴 하나면 됐지… 낭비고 돈지랄이다.’라는 분도 계실꺼다.
| 그런 분은 DIY를 한번도 안해본 분이다.
| 드릴 하나로 드릴 비트 껴서 구멍뚫고… +자 드라이버 껴서 나사 돌리고…
| 시간도 엄청거리고 나중에 멀미난다.
| DIY를 새로 시작하는 분을 위해 말씀드린다.
| 드릴과 임팩트 드라이버… 꼭 세트로 구매하시라.
660mm로 자른 나무를 올렸다.
(제일 상단은 선반의 폭을 195mm로 작게 했다.)
(이래야 넣고 빼기가 편하니까…)
오!!! 멋지다.
약상자와 바느질 도구 상자를 항상 포개놔야 했는데…
3단으로 확장하니… 짜잔! 이렇게 되었다.
상단에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그러나 공간은 필요한 물품을 배치했고
| 보충용 휴지와 오거나이져를 보관
사용빈도와 공간 크기에 따라 나머지를 배열했다.
결론 : 1단에서 3단으로 늘구니… 이렇게 깔끔하고 공간활용이 좋아졌다.
총 비용과 소요시간
* 벽고정용 나무 : 0원 | 목재소에서 주어온 나무 - 1단 380mm : 2EA - 3단 190mm : 2EA * 선반 나무 : 5,000원 - 1단 660mm : 2EA - 3단 660mm : 1EA * 칼블럭 : 8EA (6파이, 20mm) : 400원 * 나사 : 8EA (40mm) : 600원 * 총비용 : 6,000원 * 소요시간 : 2시간 - 딸래미가 벽 구멍뚫을 때 진공청소기로 먼지 흡입 도와줌. * 필요 공구 - 드릴 + 시멘트 드릴 비트(6mm) + 나무 홈파기 드릴 비트(10mm) - 임팩트 드라이버 + “+”자 드라이버 비트 - 톱 - 사포 약간 - 망치 - 자
작업 후기
집안 일이 회사 일보다 쉽지는 않다.
힘써야 하는 일, 좁은 공간에서 해야 하는 일이 많아 여자가 하기에 벅찬 일 투성이다.
집안 일은 남자가 해야 한다.
그래야 집안이 편안하고 평안해진다.
모든 DIY가 그렇지만…
완성하면 뿌듯하다.
소용된 비용과 시간대비 이렇게 기분좋은 작업도 드물다.
어수선했던 공간의 정리는 언뜻 꼬여있는 마음에 대한 정리로 여겨지기도 하기에
깔끔한 맛이 난다.
마누라한테 꽤 쓰담쓰담 받았다.
쓰담쓰담은 하거나/받거나 꽤 기분좋은 행동이다.
나이 50인데도 말이다.
누가 그랬다.
"나이 50먹어도 철든다."
나이 50인데도 말이다.
누가 그랬다.
"나이 50먹어도 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