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5

006. [DIY] 고양이 식탁 만들기...

처제가 휴가차 고양이를 맡겼다.
지난 여름에 맡기고 간 고양이는 아직도 우리 집에 있다. 
첫눈이 내렸는데도 고양이는 아직도 우리 집에 있다. 
내년 여름 휴가를 다녀오면 찾으러 갈 모양이다.

고양이 밥그릇은 두개다. 
하나는 밥통이고 하나는 물통이다.
그런데 고양이 밥그릇은 땅에 두면 안된단다. 
밥 먹을때 고개를 숙이고 먹으면 뭐~~ 목에 걸린다나?


내 어렸을 적…
적어도 45년 전에…
외할머니께서도 고양이를 키우셨다.
키웠다기보다는 방목이지만 밥은 주셨다.

가끔가다 고양이가 밥을 잘 안먹으면…
참기름 조금 뿌려 밥에 비벼주곤 하셨다.
참기름이 들어간 밥을… 
고양이는 맛나게 먹었다.
그것도 양은냄비에 밥을 넣고 땅에 내려놓아도…
고양이는 맛나게 먹었다.

물론 특식도 있었다.
할머니와 외삼촌 이모들은 생선을 무척 좋아하신다.
왜정때 일본에서 큰 공장을 하셨기도 했고
해방 이후 마산에서 줄곳 살아오셨기에…
바다 생선을 좋아하신다.
간혹 생선 뼛다구가 남아있는 날이면…
대가리채 밥을 비벼 양은 그릇에 놓아주셨다.

물론 대가리가 온전한 상태는 아니었다.
생선은 대가리가 최고라며… 
.......기에...
많이 박살난 상태였다.

그래도 이런 날은 고양이 생일이다.
혹여나 저지레라도 치는 날이면…
빗자루로 훔씬 맞았다.

밥을 줬는데도 안먹는 날이면…
그날은 짤 없이 굶는 거다.

“어디서 고양이 주제에 밥 투정이야?"

그래도 고양이는 항상 할머니를 따랐다.
빗자루로 맞는게 뭐 고양이 뿐인가?
손자인 나는 맞은 적이 없지만…
외삼촌은 좀 좀 많이 맞은 걸로 알고 있다.
나나 외삼촌도 할머니를 좋아한다.
잘못하면 당연히 맞는거다.


요즘 고양이는 호강이다.
식탁에서 밥 먹어야 하고...
물론 고양이 식탁을 만들 맘은 없었다.
다만 내가 만들지 않으면
보나마나 사재낄께 뻔해서…
만들었다.

그래서 시작된 '고양이 식탁'이다.

http://storefarm.naver.com/urspace/products/327395949

뭐 나름 이쁘긴한데… 비싸다.
자그마치 나무 3조각에 29,000원이라니…
돌아가시고 안계신 외할머니가 
이 사실을 아셨다면…
아마 깔깔거리고 웃으셨을꺼다.
그래서 내가 대신 웃어 드렸다. ㅎㅎ

우선 설계도를 그렸다.


설계도대로… 연필로 표시한 후… 톱질을 했다.

뭐… 나무가 고작 3장이라서… 난이도는 별로 없다.

구글 스케치업으로 설계를 하고
1:1로 출력해서
나무에 붙이고…
송곳으로 표시를 했다.
만들고자 하는 크기가 A4보다 작다면…
정말 편하다. 출력만 하면 되니까...

주인님은 이렇게 바쁘게 사는데…
잠만 퍼주무시고 계신다.

상판은 A4로 출력이 안되서… 직접 그렸다.
간만에 컴파스도 다 만져본다.ㅎㅎ
대학 졸업하고 처음이다.

이 식탁은 나무를 껴맞추는 방식인데…
잘 짤라서 껴 맞추는데…
아뿔싸...

나무 결대로… 뽀사졌다.
나무로 가구를 만들때 합판을 쓰는 이유를 이제사 알겠다.

합판을 쓰는 이유

  1. 원목은 나무의 수분이 마르면서 뒤틀린다.
    합판은 두장 이상의 나무를 본드로 붙여놓았기에
    뒤틀릴때 나무들끼리 지탱하여 잡아준다.
    즉 뒤틀림이 적다.
  2. 결대로 쪼개지는 것을 막는다. 위와 같은 이유다.


합판의 이미지가 안좋은 이유...

  1. 나무를 붙일 때 본드를 쓰는데…
    스웨덴과 일본은 E0급을 쓴다.
    인체 유해도를 뜻하는 것 같은데…
    어쨌뜬 한국은 사용 규정이 없다.
    그래서 한국 합판은 심한 본드냄새가 나고…
    그래서 애들 피부가 물렀던 거다.

    아토피든 아니면 연약 피부든…
    우리를 상하게 했던거다.
  2. 그 이후 합판은 싸구려… 원목은 고급…
    이런 이미지가 머리속에 박혔는데…
    막상 목공을 해보니…
    원인은 본드였다.

    나무는 죄가 없다.